한번 열린 마음이 닫힐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동안 꽁꽁 싸매고 닫았던 마음이
누군가 끌어당긴 외력에, 금이 가고, 비틀리고, 부숴져버렸다.
하지만 오랫동안 닫혀있던 탓일까,
그저 나는 어떤 상태인지도 모른 체로
그저 닫는 것도 잊은 체로,
이게 무엇인지 파악조차 하지 못하고 있었다.
손잡이가 없어서 였을까.
아니면, 쇠걸쇠가 단단해서였을까.
아니면, 너무 오래 벽처럼 있어, 벽인 줄 알아서 였을까.
당신은 그렇게 그 마음을 뜯어 확인할 수 밖에 없었을 것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당신이 그 벽을 두들긴 덕분일까.
아니면 그저 시간이 그것들을 쇠락시킨 덕분일까.
그렇게 문틈으로 삐져나온 마음이,
바깥으로 나왔을 때, 당신은 없었다.
당신이 열었으면, 책임져야지.
하고 당신에게 달려가, 토로해보지만,
너무 굳게 닫혀 있던 마음을 여는데 지친 당신은
이미 내 곁을 떠났다.
당신이 비틀고 휘저어 닫힘밖에 모르던 마음은
회복할 줄 모르는 체로, 그저 열어둔 체로 당신을 기다린다
그리고 한참이 흘렀을 때,
문이 낡고 부스러져,
어느덧, 문이 활짝 열려있던 것을 깨달았을 때,
닫혀 있던 공기들이 밖으로 나오고
밖에 있던 공기들이 안으로 들어갔을 때,
나는 조금씩 스스로를 추스린다.
너무 해프지 않게, 너무 좋아함을 티내지 않게
스스로 조금씩 문을 기워가며, 새로운 문을 만든다.
그러고 다시 문이 생김을 인지한다.
그리고 나는 조용히 안으로 들어가 감사를 표한다.
오랫동안 두꺼운 벽에 갇힌 줄 알았던
그것들의 사용방식을 깨닫게 해준 그대에게.
덕분에 안쪽에서 잊고 있던 감정들이 다시끔 피어난다.
이제, 그동안 외면했던 것들에게 물도 주며,
오랫동안 먼지 쌓인 것들을 돌아본다.
스스로를 돌보지 않은지 오래되었구나.
누군가가 그랬다.
"나"는 무엇인가
"나"라는 것에 연속성이 있을까.
과거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일까
아니라면, 다른 사람인가?
그 긴 과거와 현재의 괴리속에서 내가 해야되는 것은 무엇일까.
그러다가 어른들이 이야기가 떠올랐다.
세월이 흐른다는 것은 과거의 다양한 "나"와 지금의 다양한 "나"를 보듬어 주는 것이라고
그것들을 인정하고 서로 마주보았을 때,
어느덧 커버린 육체와 정신사이의 괴리를 매꿀 수 있을 것이라고.
그렇게 세월이 흐른다고 했다.
그렇게 나이를 먹는다고 했다.
나는 오래된 먼지들을 털어내기 시작했다.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그 속에서 포기했던 것들을 다시 꺼내보니,
그것들도 이내, 이 순간을 기다렸다는 양,
어느때보다도 강렬하고 따듯하게 나를 반겨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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